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황소걸음 (아버지를 그리며)

작성자품안마을

작성일2013-08-29

조회수19,622

집안에선 황소가 태어났다고
경사에, 기쁨에, 복에 겨우시단다.

든든한 집의 일꾼이 되라고, 견실한 기둥이 되라고
새 짚에, 여물에, 삶은 콩깍지로 자식 정성이다.

코뚜레 꿰던 날,
혼비백산의 아픔으로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던 날,
이젠 멍에를 짊어질 어깨가 어느덧 든든해 보였다.
거친 자갈밭을 갈아야 할 황소걸음이 시작된 날
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
커다란 눈망울을 껌벅이며 그저 그렇게 서 있기만 했다.

뜨거운 태양이 어깨위에 숯불을 얹고
거머리가 따갑게 들러 붙어도
휘적 휘적 질척거리는 논을 갈아 엎으며
그저 앞만보고 걷고 또 걷기만 했다.
딱히 다른 무엇을 할 것도 없이
워이~ 워이~ 소리에 맞추어
걷고, 서고, 돌고 또 어깨힘만 쓰고 있었다.


어느덧 새끼 송아지가 한 마리, 두 마리 늘고
외양간이 비좁아 질 무렵
힘든 수고와 노동에서 벗어 날 준비가 되고 있었는지...

수레바퀴가 덜컥거리며 읍내 장터로 향한
신작로를 향할 때도 그저 아무말 없이 걷고 또 걷기만
하고 있었다.
어디로 팔려가는 줄도 모르면서

집에 남겨진 송아지,
또 코뚜레 꿰던 날,
아무 흔적도 없이 다음 황소 걸음은 시작되고 있었고

아무도 지나간 흔적을 그러워 할 틈도 없이
또 멍에는 짊 지워 졌고
손 뙈기 만큼 넓어진 돌짝밭을
걷고 또 걷고 있었다.

그저 멍에와 쟁기에
땀으로 얼룩진 이전 황소의 체취가
때처럼 얼룩으로만 남아 있을 뿐

오늘도 황소는
그렇게 또 묵묵히 걷고 또 걸었다.

아버지는 그렇게 아무말 없이
내 마음속 밭을 또 살아 계신다.

첨부파일 다운로드: 황소.JPG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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